鈴蘭の詩と写真ブログ

~詩と写真に寄り添いながら~

今日読んだ詩一編

2019年06月23日 22時54分28秒 | 韓国の詩

休日、図書館で貸りた詩集を読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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むしろ詩を胸に埋める

 

発表されなかった詩二篇

胸に抱いているだけで わたしは富める者だ

富める者でいたいので

発表もしない

詩二篇 持っている間は

どんな富める者もうらやましくないが

詩を売り払ってしまえば

乞食になるのは明らかだから

雑誌社から請われても渡さず

むしろ詩を胸に埋める

乞食はわたしの生理にそぐわないから

わたしだって 少しは豊かに暮らしたいから

 

鄭喜成詩選集  詩を探し求めて  藤原書店所収

 


今日読んだ詩一編

2018年12月27日 21時56分53秒 | 韓国の詩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오늘 읽은 시 두편

2018年06月11日 20時35分31秒 | 韓国の詩

공기,빛,시간, 공간

 

                              찰스 푸코스키



'저에게는 가족도 있고 직장도 있었어요.
언제나 무엇인가가 내 앞길을
가로막았어요.
하지만 지금 저는 집도 팔고
여기로 이사왔어요.
커다란 작업실로!
이 넓은 공길과 빛을 보세요.
내 생애 최초로 무엇인가를 창작할
시간과 공간을 갖게 된 거예요.'

그렇지 않아, 친구.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탄광 속에서
하루에 열여섯 시간을 일해도 창작을 해내지.
작은 방 한 칸에 애가 셋이고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해도 창작을 해내지.
마음이 분열되고 몸이 찢겨 나가도
창작할 사람은 창작을 하지.
눈이 멀고 불구가 되고
정신이 온전치 않아도 창작을 해내지.
도시 전체가 지진과 폭격과 홍수와
화재로 흔들려도 고양이가 등을 타고
기어올라도 창작할 사람은 창작을 해내지.

이보게 친구, 공기나 빛, 시간과 공간은
창작과는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 변명은 그만둬.
새로운 변명거리를 찾아낼 만큼
자네의 인생이 특별히 더 길지 않다면 말야.

 

-류시화시집   시로 납치하다 중에서-

 

고독


                          엘라 휠러 윌콕스


웃어라, 세성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되리라.
슬프고 오래된 이 세상은
즐거움을 빌려야 할 뿐 
고통은 자신의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노래하라, 그러면 산들이 화답하리라.
한숨지으라,그러면 허공에 사라지리라.
메아리는 즐거운 소리는 되울리지만
근심의 목소리에는 움츠러든다.

환희에 넘쳐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비통해하라, 그들이 너를 떠나리라.
사람들은 너의 기쁨은 남김없이 원하지만
너의 비애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뻐하라, 그러면 친구들로 넘쳐 나리라.
슬퍼하라, 그러면 친구들을 모두 잃으리라.

너의 달콤한 포도주는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의 쓰디쓴 잔은 너 혼자 마셔야 한다.

잔치를 열어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 나리라.
굶으라,  세상은 너를 지나치리라.
성공하고 베풀면 너의 삶에 도움이 되지만
너의 죽음을 도와준 사람은 없다.
환희의 전당은 넓어서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 한 사람씩 줄 서서 지나가야 한다.

 

 -류시화시집   시로 납치하다 중에서-


今日読んだ詩一遍

2018年03月11日 15時43分47秒 | 韓国の詩

할아버지와 담배

 

         글쓴이 ; 오래전 그날

 

 언제부터선가 할아버지는

이십몇 년 간 끊으셨다던 담배를

다시 태우기 시작하셨다

 

이제 와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는 이모들의 핍박에도

입술보다 굵은 육미리 양담배를 입에 무시고

한참을 창밖만 내다 보곤 하셨다

 

어느 날 전화번호부를 정리해주겠냐며

내게 건내주신 할아버지의 수첩에는

빼곡히 빨간 줄 그어진 주인없는 이름들과

걸어도 받을 사람없는 번호들이 가득했고

 

담배 한 대에 한 명을 보내신

할아버지의 가슴에는

보름달만 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今日読んだ詩一編

2018年01月08日 01時17分54秒 | 韓国の詩

나 무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시인 천상병

 


今日読んだ詩一編

2017年01月20日 20時16分24秒 | 韓国の詩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52인 시집>(1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