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시」 고향-제주도를 찾아서
허 옥 녀
1.나의 고향집
비행기에 몸을 맡기면
두시간이면 가닿을 고향땅을
예순해를 넘겨서야
간신히 밟았구나
여기서 태여나신 할아버지와 아버지
큰오빠와 조카들이 나서자란 곳
대대로 지켜온 서귀포의 친정
꿈결에도 찾던 나의 고향집
밀감밭에 둘러싸인 내 고향집엔
대문이 없었어라 쇠도 없었어라
그 언제건 돌아오라고
량팔 벌려 기다려준 정다운 집
앞마당에 들어서니
무르익은 밀감이 나무마다 주렁주렁
달콤세큼한 향기 날리며
어서 오라 반기며 맞아주는듯
등뼈가 휘도록 일하여 번 돈으로
수십번을 보내신 모나무며 농기구들
부모님의 정성과 큰오빠의 피땀이
밀감풍년 이루어 우릴 맞아주었구나
한쪼각 입에 넣어 씹어보았더니
삽시에 입안에 퍼지는 달달한 맛
난생처음 먹어본 고향집의 감귤맛에
코허리가 찡하여 목이 메였네
이 집에서 식구가 오순도순 모여 살
그날만을 꿈꾸다 운명하신 우리 아버지
반백년이 지나도록 풀수 없던 그 소원
어이하여 우린 갈라져 살아야만 했던가
터질듯한 아픔과 상봉의 기쁨으로
눈물 젖은 큰오빠의 손 덥석 잡으니
파아란 고향하늘은 푸근한 빛 뿌리며
내 가슴 후련히 녹여주었구나
2.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아버지,옥녀가 왔어요 서른해만에
어머니,저예요 알아보시겠나요?
못난 이 딸의 참배를 받아주세요
불효자식이라 욕해주세요
못된 년이라 꾸짖어주세요
그래도 이 딸은
부모님의 부끄럽지 않은 딸이고싶어
이를 악물고 오늘에야 왔습니다
아버지,어머니
서귀포 앞바다가 보이네요
수평선 저멀리 고기배가 서서히 가요
죽어서도 고향땅에 묻어달라 당부하신
부모님의 소원대로 여기에 모셨대요
바다가 보이는 풍치좋은 공동묘지에
생전에 그토록 큰오빠를 찾으시더니
돌아간 후에야 큰오빠를 독점하셨네요
꼭꼭 벌초도 해주고 술도 드린다지요
저는요 어느새 손자가 다섯이예요
정년의 그날까지 열심히 일했어요
부모님앞에 가슴펴고 서고싶어
남들이 부모님의 묘지 찾을 때면
내 신세가 왜 이 꼴이냐고
한탄도 하고 남들 부러워만 했어요
하지만 이젠 마음이 푹 놓입니다
이야기로만 듣던 그리운 고장에서
고향바다 바라보니 속이 시원하네요
아버지,어머니 저희 걱정은 마세요
이제는 하나로 이어진 우리 식구
만시름 놓으시고 편히 잠드십시오
3.개민들레꽃
어머님 산소에서 벌초하더니
봉분우에 애기꽃 피여있었네
새노랗고 어여쁜 10CM짜리 잡초
꽃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마을사람 다정하게 말해주었지
외국에서 들어온 개민들레꽃이래요
바람타고 날아왔나
구름타고 날아왔나
너무너무 이뻐서 뚫어지게 봤지요
내 고향 제주도 어딜 보나 절경인데
엄마의 봉분이 그리 좋아 여기 왔나
개민들레 개민들레 고마운 꽃이여
동백이며 코스모스 피는 꽃도 많지만
울 엄마 섭섭찮게 함께 해준 개민들레
조심조심 따고서 책갈피에 끼웠네
내 비록 또다시 이 땅을 떠나지만
개민들레 너와 함께 고향땅 안고 가리
그리울 땐 널 보며 엄마모습 떠올리리
4.헌 남비 하나
고향집 여기저기 들여다 보다
널찍한 부엌에도 들어갔더니
가스콘로우에 남비 하나 놓여있었네
몇십년을 쓰고쓴 남비일가
이제는 다 헌 남비 하나
뚜껑을 살짝 열어보았더니
먹다남은 된장국이 들어있었지
이 남비로 할머니가 국을 끓이셨고
식구 위해 큰올캐는 거친 손으로
몇십년을 국 끓이고 반찬 장만했겠지
큰딸은 류학간 미국서 교수가 되고
교사 된 아들은 서울에서 교편 잡고
기자 된 막내는 부산으로 갔으니
하나 가고 둘 가고 올캐마저 영영 떠나
다시 홀로 된 큰오빠는 이 부엌에서
아침저녁 어떤 심정으로 밥을 짓고
이 남비와 함께 날과 달을 보내였을가
너무 넓은 부엌의 가스콘로우에
쓸쓸하게 놓인 헌 남비 하나
먹다 남은 된장국이 들어있었네
5.추운 겨울을 이겨내면
단층고향집 옥상에 올라
시원하게 트인 사방을 둘러다보니
오붓한 마을이 한눈에 안겨오네
천천히 흐르는 고요한 고향시간
어린애마냥 큰오빠의 팔에 매달려
그저 앉아있기만 해도 기쁘기만 하네
술 좋아하는것도 호령 좋아하는것도
머리숱 적은것마저 아버지를 하도 닮아
은근히 생각했네 피줄은 속일수 없다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에 꽃이 피니
몇십년의 공백이 삽시에 매워지는데
큰 항아리 가리키며 돌연히 하는 말
오빠가 일곱살적 할머니와 둘이 살 때
내가 태여난 바로 그 해의 4.3사건
토벌대놈들 우리 집에도 쳐들어왔다는데
위기일발의 순간 큰 항아리 푹 덮어씌어
오빠를 숨겨 살리신 기지에 찬 할머님
그 이야기 처음 들으니 가슴이 섬찍했네
할머니가 아니였으면 이 세상에 없다고
호탕하게 웃는 오빠가 더 가엾어서
그만 눈물 떨구고 만 이 못난 동생
얼마나 겁이 났을가 얼마나 두려웠을가
일곱살 어린 나이에 피바다를 보았다니
오빠가 걸어온 파란만장한 인생의 1페지
이제 떠나면 또 언제 만나게 될지
밥은 어떻게 해먹고 빨래는 언제 하려나
점점 추워질텐데 온돌은 누가 피우나
이 걱정 저 걱정에 가슴 쓰린데
태연한 큰오빠는 오히려 날 웃기려
우스개소리 찾으며 하고 또 하네
칼바람 부는 이 겨울을 이겨내면
우리 다시 꼭 만나게 될거죠?
화창한 새봄을 함께 맞아야지요 오빠!
끝
2011년 11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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